min

낯선 곳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미지의 장소에 있는 내가 낯설어 그를 묻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음악을 묻고, 그의 애정을 물었다. 곧 나는 min의 특별함을 알게 되었다. 가끔의 사색, 조용히 관찰하는 눈, 애정을 말하면 빨라지는 목소리, 시덥지 않은 장난, 가능성을 말하는 눈동자. 이것 모두 상호주관적인 현상이 아니라 온전히 min이 가진 가능성이란 것을, 그의 눈빛이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이제 그가 특별한 사람임을 알겠으나, 그의 진가는 더 깊은 곳에 있다. min은 아직 자신의 애정을 미결정했다. 컬러 스펙트럼 앞에서 곧 색상을 정할 사람처럼 그는 스펙트럼 앞에서 빛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는 그저 하염없이 ‘너의 마음을 알겠다’며 그의 다면을 받아적고 우리와 같은 이방인도 저런 애정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 않냐고,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글을 내미는 전달자 역할을 다할 뿐이다.

Interview with min.

미노미노

Q.한 가지를 부활시킬 수 있다면?

min : 저는 외할아버지. 제가 못 뵈고 돌아가셨거든요. 저랑 많이 닮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궁금해요. 음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Avicii. 콘서트를 못 봐서. 그리고 제가 처음 하우스에 입문하게 된 아티스트거든요.
맞다 또 하나 더, 키우던 절지류가 있었는데..
gil : 뭔지 모르겠어. 절지류?
min : 네. 절지류. 뼈가 없는 생물들 있잖아요. 제가 밀리패드라는 절지류를 키웠는데, 그 아이패드할 때 패드(글씨를 확인하곤) 맞아요. 되게 키우기 쉽대요. 방치해도 된다고 하고. 한, 한 달 키우다 죽었어요.
gil : 어... 죽었구나
min : 네...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관심을 못 준 거 같아서.
gil : 언제 키웠는데?
min : 이번년도요. 되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친구예요. 징그럽다는 사람도 있고 귀엽다는 사람도 있고.
gil : 너는 어떤 파인데?
min : 저는 귀엽다는 파죠. 색깔도 노란색이에요. 색깔 때문에 별명이 범블비예요. 실제 이름에도 범블비가 들어갈 거예요.
10/21 21:53

Q.내가 버릴 수 없는 세 가지는?

min : 옷! 괄호 치고 청바지.
gil : 예상이 안 가는데.. 청바지를 좋아해서?
min : 네, 그냥 모든 종류의 청바지. 또… 생각? 생각을 버릴 수 없어. 생각하는 게 재밌어서. 그리고 생각으로 모든 걸 할 수 있잖아요.
gil : 멋있는데?
min : 또.. 뭐 있지.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
lee : 더는 없고?
min : 넵.

Q.지금 듣고 싶은 노래는?

min : 제목이 뭐였더라, 브라보~… 뭐였지?
gil : 90년대, 2000년대 유명한 노래야?
min : 2000년대 음악인데...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봄여름가을겨울 - 브라보마이라이프


Q.사랑이란?

min : 네? 사랑이요? 의미 없어요. 영원한 사랑은 없어서. 사랑은 계속 쫓아가다가 쫓아가는 거지. 사람이 결혼 같은 게 있으니까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끝이 될 순 없어요.
gil : 그렇지. 또 다른 시작이니까. 사랑이 의미 있던 적은 없어?
min : 있긴 있었죠.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저를 좋아하고. 그런 거죠. 그런 말이 있잖아요. 사랑은 질병이다.
gil : (웃음) 사랑은 자해다?
min : 뭐, 그렇죠. 사랑은 본능인 거 같아요.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근데 막상 그게 충족되면 사랑이 아니에요. 이용하는 거죠. 요즘에는 그런 거 같아요. 사랑이란 단어가 충족되면 서로를 이용하게 되잖아요.
gil : 그렇구나.. 사랑은 의미 없는 질병, 그리고 이용하는 존재구나.
min : 나중엔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거 같아요.
gil : 너에게는 사랑이 1순위야?
min : 아뇨. 사랑은 아니에요. 저는 행복이 1순위. 그리고 돈과 명예는 비슷한 거 같아요. 그리고 사랑이 3순위, 우정은 4순위.
gil : 넌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min : 지금은 그런 거 같아요.

Q.하루만 살 수 있다면?

min : 범죄를 저질러보고 싶어요.
gil : 왜?
min : 뭐.. 어떻게 보면 죽기 전까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이잖아요. 반대로 그걸 하고 죽는 게 의미 있는 삶이지않나. 또 하나 있어요. 우주로 가고 싶어요. 범죄를 저지르고 우주로 갈래요.
gil : (웃음) 하루 만에 범죄를 저지르고 우주로 도피한다고?
min : (웃음) 그런 건 아니고 우주로 가서 멀리 지구를 보고 싶어요. 창백한 푸른 점!
gil : 나도 제일 좋아하는 단어야.
min : 그걸 보고 딱 죽는 거죠.

Q.나중에 어디에 살고 싶은가요?

min : 저는 화성.
gil : 원래 우주를 좋아해?
min : 네. 어릴 적 꿈이 천문학자였어요. 초등학교까지였지만. 이제 화성.. 아니면 우주정거장에 살아보고 싶어요.
gil : 전부 우주인 이유가 있어?
min : 뭐라 해야 할까. 진공상태잖아요 우주는. 느낌이 다를 거 같아요. 우주에 가면 주인공이 될 거 같아. 여기서 노래 추천 하나 할게요. Inzo의…
gil : 또 까먹었어?
min :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Inzo - Overthinker



min : 그거 듣잖아요. 완전 다른 우주에 있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그 노래 인트로가 칼 세이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할 거예요. 제가 기억하기론.
그리고… 외계인 친구 사귀기.
gil : 외계인이 있다고 믿어?
min : 당연하죠.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예상한 외계인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요.
gil : 진짜.. 구상까지 했어?
min : 약간… 사람보다 머리가 살짝 크고, 피부가 보랏빛일 거 같아요.
gil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min : 그럴 수도 있죠.

Q.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min : 지금요?
gil : 뭐든.
min : 꿈을 찾고 싶어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거다. 시체다.
gil : 어떤 이유로 꿈을 찾고 싶어?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잖아.
min : 그렇죠. 매일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사람도 있겠죠. 근데 꿈이 있으면 뭐든 계속 할 거 같아요.
gil : 장기적인 무언가를 원하는구나.
min : 네. 꿈이라 하고 괄호치고 좋아하는 것이라 해주세요.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묻는 중이었죠? 하나 더 해도 돼요?
gil : 당연하지.
min :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요.
gil : 아까는 사랑은 질병이고 의미없다느니..
min : 하하. 제가 20대 초반이잖아요. 뭔가 그때의 풋풋함. 지금만 할 수 있는, 돈이 없는.. 서로 성장하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뭔지 아시죠? 지금이 너무 아까운 거 같아요. 그런 건 지금만 할 수 있는 사랑이잖아요.
10/22 20:54

Q.무엇에 질투를 느끼나요?

min : 친구끼리, 만약 친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랑 말하고 친하게 지낼 때. 그럴 때 질투를 느껴요.
gil : 네가 모르는 다른 친구?
min : 네. 제가 모르는 친구.
gil : 왜?
min : 몰라요. 그냥 말 그대로 질투가 나요. 예를 들어 M하고 친구로 정말 좋았어요. 근데 다른 친구한테 말 걸면 짜증 나요. 그게 질투죠.

Q.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min : 일단 친구로, 덩치가 있어야 돼요. 그리고 귀엽고 피부가 깨끗한? 그냥.. 친구하고 싶어요. 그리고 되게 소심한 그런 친구들이 끌리는 거 같아요. 이성으로는.. 분위기가 있어야 해요. 신비스럽고 뭔가.. 비밀이 있을 거 같은 사람.
gil : 어려운 말이다. 약간의 신비주의?
min : 맞아요. 그런 사람. 제가 느끼는 건, 외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요. 내 마음이 가야 해요. 뭔지 아시죠. 관심이 가야 하죠.

Q.무엇을 좋아하나요?

min : …저는 좋아하는 게 없는 거 같아요.
gil : 정말로?
min :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게 있어야 되잖아요. 그게 없는 거 같아요. 그냥 태어났기에 사는 거 같기도 하고. 좋아한다라.. 그나마 고르자면, 생각하는 것.
gil : 지난번 말한 것처럼, 생각으론 모든 것 할 수 있어서지?
min : 당연하죠.

Q.뭐라고 불리고 싶나요?

min : 이 인터뷰에서 뭐라고 불리고 싶어? 민호, minho 등. 밝히고 싶지 않으면 무기명도 돼.
min : 음… 미노미노요. 아니 미노x2로 할게요.
min : (웃음) 이유가 있어?
min : 삼촌, 이모가 어릴 적 불러주던 이름인데,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제 이름 불러주는 걸 좋아해요.
11/23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