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당신은 왜 그런 당신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다 그런 것을 만들게 되었는지도요.’

[창작과 농담]

Zoom Interview

with kim, gil, lee

Q.당신이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im : 저는 의식적으로 선입견과 편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gil : 편견과 선입견은 행동적인 것보단 내 머릿속에서 고군분투할 때가 많잖아요.
kim : 그렇죠. 그래서 내면적으로 의식하려고 해요. 계속해서.
gil : 따로 과정이 있나요?
kim : 편견과 선입견이 보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들이잖아요. 타인을 곧이 곧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를 해보려고 합니다.
gil : 이해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나요?
kim : 나와 다른 사람에게 느껴지는 거부감, 불편함과 같은 감정을 최대한 제 안에 들여놓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타인의 실수에 관대한 편이에요.
gil : 저는 요즈음 행동에 관한 것이라면, 음악을 안 들으려고 해요. 귀가 원해도 일부러 답하지 않는 느낌. 이번에 카뮈의 이방인을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사람들이 말하는 유명한 구절이자 이 책의 중심이 '나의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라는 문장이잖아요. 그것보다는 저는 뭐랄까, 뫼르소가 변화하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장면들, 예를 들면 ‘언제부턴가 저 물건이 저기에 있었지?’처럼. 언제부터-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보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되게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심심하든 않든 내 귀에 소리나 음악이 들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을 하고 의식적으로 비우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소리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고는,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소리에도 힘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소리가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울역 광장을 나오는데 엄청난 음악 소리가 들렸고 광장에 웅웅거리는, 어떤 특정한 것을 말하는 걸 듣고 ‘아 저 소리는 권력을 말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평소에 듣는 소음은 평화이구나. 들리는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음악 위주로.
kim : (박수)
lee : 좋은 말이네요. 귀도 건강해졌을 것 같아요.
gil : 이게 다 이방인을 읽어서 변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lee : 원래 제 스타일은 만약에 무슨 얘기를 듣잖아요? 이게 정말 별로인 얘기다, 들을 가치도 없다고 판단이 들면 바로 차단을 해버렸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일단 들어는 줍니다. 들어보고 판단해요.
gil : 근데 되게 큰 변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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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무엇이 당신의 원동력인가요?

lee : 제 원동력은 아무래도 가족이 아닐까. 살면서 딱히 제가 뭘 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게 없었어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가족이나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 특히 가족을 위해 생각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제가 행복해지기 위함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좀 더 나를 노력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gil : 저랑 완전 반대의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인데 가족이라는 답변을 들으니 되게 놀랍네요.
lee : 어떤 책임을 못버리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그 책임이라는 게 제 자신보다 더 우위에 있는거죠. 이게 저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주는 게 아닌가. 근데 그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게 아무래도 가족이고. 부모님, 오빠가 나를 위해서 희생한 게 엄청 크니까요. 저도 조금은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런 힘이 나를 살아가게 하지 않나.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그렇고 다 똑같아요.
gil : 강력한 힘이네요.
kim : 약간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데 저는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거든요. 희망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죠. 그것 하나 믿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더 좋아진 세상을 떠올리면서. 그래서 제 자신부터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나 하나 바뀐다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lee : 정말 멋지고 하나도 작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나 하나지만 사람 자체로 봤을 땐 가장 큰 무언가잖아요. 본인 자체를 통째로 생각하는거니까. 그래서 하나도 작지 않은 것 같아요. 아주 큰 거죠.
kim : 이전 질문에 대답한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 마음이 내포되어 있어요. 사실은, 제가 그런 행동과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반대로 말하면 타인에게 그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이 비롯되어 있는거니까. 어쨌든 저는 궁극적으로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고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lee : 좋은 가치관이자 건강한 가치관이지 않나.
gil : 저도 생각난 것 같아요. 저의 원동력은 거창한 말이지만.. 자유. 처음에 산책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는데 왜 산책을 좋아할까 생각했을 때 어디든지, 원하는대로 갈 수 있다는 자유에 제가 이끌리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시간 단위로 보자면 아주 많은 틀에 내가 갇혀있는 것 같지만, 그 밖의 이상을 꿈꿀 수 있는, 다양한 것을 꿈꿀 수 있는 자유에 가장 큰 힘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lee : 원동력이라는 키워드 아주 좋은 것 같아요. 각자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보여주네요.

Q.한 가지를 부활시킬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건가요?

lee : 저는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예수님입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두번째 답변은 인류애. 요즘에는 인류애가 없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gil : 어쩌면 두 대답이 조금은 일맥상통하는 게 있네요.
lee : 맞아요. 사실 그거예요. 눈치가 빠르시군요.
gil : 요즘에 부활시키고 싶은 것이긴 한데 저는 아이팟을 부활시키고 싶습니다. 클래식도 좋고 터치도 좋고 그냥 음악을 순수하게 듣는 기계로서 아이팟을 부활시키고 싶어요.
lee : 라디오 같은 기기를 많이 사용하던, 아날로그의 시기가 다시 부활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을 도파민에 덜 집착하게 할 수 있는.
kim : 저도 두 가지 답변이 있는데 첫 번째는 바벨론의 공중정원. 뿐만 아니라 지금은 훼손되었거나 소멸된 문화재 혹은 고대의 건축물을 부활시키고 싶어요. 두번째는 정. 앞서 언급된 인류애와 비슷한데 요즘은 정을 가끔 오지랖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lee : 가장 필요한 시대이긴 하죠.
gil : 무엇이 우리의 정을 가장 갉아먹는다고 생각하시나요?
lee : 아무래도 계속 급진하는 사회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특히나 빨리빨리 문화인데 급하게 해야하는 것일수록 본인부터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럼 주변을 안 돌아보게 되고. 그런 것 때문에 우리나라는 정이 없어지지 않나 싶어요. 근데 그게 또 없어질 생각은 안 하고 계속 요구만 하는 사회니까.
kim :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합리화해 버리는 것 자체가 정을 갉아먹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gil : 저는 소셜미디어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그만한 수단은 없고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지만, 사실 사람의 다양한 삶을 안다고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가지를 다 알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나의 단 한가지 삶을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이 생기다보니까.. 사실 그중의 대부분은 나의 삶과 연관이 없는 것도 많잖아요. 그런 나라는 거울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저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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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존경하는 직업군은 무엇인가요?

kim : 저는 우선 물리학자가 떠올랐어요. 세상의 법칙을 진실로 밝혀내는 모습이 매력적이게 느껴집니다.
gil : 언제부터 물리학자가 멋있다고 느꼈나요?
kim : 꽤 된 것 같아요. 특히 김상욱씨 덕분에 물리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와 정반대의 세계에 몸 담은 사람의 생각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제가 섣불리 떠올릴 수 없는 것들?
lee : 특히 그 분은 물리학자인데 인문학적 기질이 다분해서 좀 더 다양하게 넓으신 거 같아요. 당연히 아는 것도 많으시고.
kim : 음악으로서 분명하게 전해지지 않는 부분이 여실히 존재하잖아요. 근데 과학적으로는 명확하고 분명한 해답이 말 그대로 존재하니까. 경이로운 학문이자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gil : 저도 옛날 같았으면 순수과학 쪽 사람들을 보편적으로 대답했을텐데 현재 제가 존경하는 직업군은 단순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 사회적인 직업을 예술가라고 지칭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요즘 어떤 고민을 하냐면, 흔히 예술과 정반대 되는 단어가 직장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돈을 버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예술가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으니 그 자체로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인고의 시간이든 자기의 존재가치든 이것을 생각하는 것. 그냥 뭐랄까. 다른 직업은 규칙적인 부분이 존재하잖아요. 내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규칙이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따르지 않고 내가 행동하는 대로, 삶과 시간을 온전히 계획하고 행동해야 되는 게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하게 돼요. 사람에게는 생산성이라는 게 중요하잖아요. 내가 일을 하고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심적 지침도 있지만 그것이 분명한 원동력인데. 자기 자신을 표현하면서 평생을 산다는 게 어느 측면에서 보면 자유롭고 선망적이면서도 스스로가 자신의 의미를 ‘무’로 느끼면서 다른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하기 힘든 고민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이 들어 예술가라는 직업이 그 고민의 가치나 경중에 대해서 존경스럽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kim : 저는 직업군 하나가 더 생각이 났어요. 암호학자와 사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 물리학이랑 비슷한 맥락인데 어떠한 덩어리 안에서 법칙을 찾아내려고 하는 게 참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lee : 저는 환경미화원이 떠올라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제일 선망받지 못하는 직업군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아직은 사회적 분위기가 하대하는 직업 중 하나잖아요. 그 업을 선택한 게 돈 때문인 분들도 있을테지만, 의사라는 직업만큼 직업의식과 소명이 없으면 해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하와 무시가 존재하니까. 예전에 환경미화원을 조명한 다큐를 본 적 있는데 본인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면서 일을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기피되는 직업군이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꿋꿋이 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운 거 같습니다.
gil : 다들 각자의 존경하는 직업군을 말해봤는데 그렇다면 그 업을 내 직업으로도 삼을 수 있나요?
lee : 저는 힘들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존경심을 느끼기 때문에 만약 직접 체험 해본 뒤 ‘어 이거 할만하네?’ 느끼게 된다면 존경스럽지 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kim : 저는 할 수 있어요. 특히 암호학 분야는 진심으로 즐기면서 임할 것 같아요. 스스로 엄청난 프라이드를 느끼면서 워커홀릭 될 것 같네요. 문제는 재능이 있느냐지만.
gil : 언젠가 유퀴즈에 나오실 거 같아요. 알쓸신잡이나.
kim : 이렇게 인생의 2막이 시작됩니다. gil씨는 업으로 삼으실 건가요?
gil : 저는 애초에 너무 선망하는 직업이기에 고른 대답이었어요. 질문 하나 더 여쭤봐도 될까요? 음악이 아니더라도 내가 어떠한 직업을 가진다면 스스로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kim : 양심. 저는 언제나 부보다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이에요. 사회적으로 눈에 보이는 명예를 뜻하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의 명예. 즉 양심인거죠.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lee : 저는 신념이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gil : 저는 언제든지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 같아요. 지금 내가 노력하고자 하는 분야 이외에도, 항상 다양한 선택지와 가치, 또 다른 결말이 존재한다는 게 저의 아이러니한 원동력 같아요.

Q.이 세상에서 단 한 가지를 지울 수 있다면?

kim : 저는 무분별한 혐오로 하겠습니다.
gil : 혐오의 정의는 뭘까요?
kim : 이유와 방향성이 없는 무차별한 분노 아닐까요. 분노 뿐만 아니라 타인을 탓하고 잘못과 인정을 떠넘기는 등 여러 감정이 섞인. 음.. 분노보다는 증오가 가까운 것 같네요.
gil :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혐오는 정확히 무엇인지 깨끗하게 찾아볼 수 있잖아요. 혐오가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할 때, 남에게서 찾는 건 쉽지만 사실 나 스스로도 무언가를 혐오하고 있겠죠. 나의 입장에서 내가 하는 혐오란 무엇인가 생각 해봤을 땐 너무나 이타적인 감정이라 제대로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남이 하는 것은 혐오인지알 수 있는데 내가 하는 건 분노인지 혐오인지 사실 너무 자기주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사실 해석하기 쉬운 것도 이상하고. 내가 하는 감정에서 혐오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었어요.
kim&lee : 으흠..
gil : 그리고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파트를 지우고 싶습니다.
kim : 획일화 된 아파트들 지우고 싶다는 말 맞나요?
gil : 맞습니다. 제가 미국 여행을 했을 때 좋았던 점이 땅이 넓어서도 있지만 사람이 언제든지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삶이었어요. 일본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 같고요. 가끔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누가 더 높나 경쟁하며 올려 짓는 모습을 보면, 그럴 때마다 누구를 위한걸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높은 곳에 그냥 내 몸을 맡기고 그냥 아래의 것들을 회피하나?'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나중에 그냥 주택에 살고 싶어요.
lee : 저는 유튜브를 지우고 싶어요.
gil&kim : 유튜브요? 이유가 무엇이죠?
lee : 지금 유튜브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가잖아요. 유튜브의 정보가 모든 걸 해결해 주고 있잖아요. 좋은 순기능이 많긴 한데 그만큼 안 좋은 것도 많은 건 사실이에요. 예를 들면 방대한 정보량과 돈 하나 때문에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컨텐츠들. 사실 돈이라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저는 돈 때문이라는 거 하나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사람들이 도파민에 절여져서 유튜브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를 않아요. 저도 그렇고요. 유튜브 안 보면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은데 유튜브 안 보면 '이제 뭐 하지?’하면서 멍 때리고 있게 되고.
gil : 맞아요. 그만한 도파민을 찾을 수가 없죠.
lee : 사실 제가 생각했을 땐 멍 때리는 게 유튜브 보는 것보다 좋을거 거든요.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인 거죠. 근데 지금 사람들은 다들 그런 게 아예 없잖아요. 그래서 한 번 없애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주일에 이틀 없애기. 이런 거 한 번 시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kim : 동의합니다.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해요. 인스타도 주기적으로 없애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lee : 인스타도 일주일에 3번 없애기 시행해서 사람들이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게끔. 그 시간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생각을 좀 키울 수 있는 그럴 시간을 주란 말이죠. 지금 시간을 안 주잖아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 없애기. 이런 관행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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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사랑이란?

lee : 나의 목숨을 드릴 수 있는 것. 저는 그래서 올라프가 좋아요.
kim : 희생정신이죠.
lee : 올라프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기가 녹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어요. 얼마나 멋집니까...
gil : 예전의 저였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희생이라던가 중요하고 진지한 가치를 말했을 거예요. 지금은 생각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사랑은 한 사람만 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체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나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이게 최고의 답변인 것 같네요. 시간이란 절대적인 가치니까요. 나의 시간을 함께해 주는 게 참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lee :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니깐 갑자기 책에서 읽은 게 생각나는데, 그게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거라고 하더라고요.
kim : 그쵸. 시간의 끝은 결국 죽음이잖아요.
lee : 그렇다고 진짜 죽어줄 수는 없잖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결국에는 나의 목숨을 준다는 것 자체가 나의 시간을 준다는 의미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죽어가는 거니깐. 자기의 시간을 주는 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최선이라고 책에 쓰셨더라고요.
gil :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네요.
kim : 저는 아직 사랑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어요. 다만 지금 드는 생각은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을 알고 있고 사랑을 많이 지닌 사람이는 것. 우린 이미 사랑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어요. 단지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 뿐이지. 그만큼 우리에게 너무나 위대하고 직결된 감정이라서 정의하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Q.영원이란 단어를 어떻게 느끼시나요?

kim : 현재의 저에게 영원은 마냥 낭만적이게만 느껴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무섭고 두려운 느낌이에요.
gil : 영원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원은 영원일 뿐이잖아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기어이 내가 영원이라는 걸 고백할 순간이 두려워서, 영원이란 두렵다라고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kim : 맞아요. 저도 영원을 바라게 될지 모르는 제 모습이 두렵다는 뜻이었어요. 공감합니다.
lee : 저는 긍정입니다. 제가 영원을 상대방에게 꺼냈다는 건 책임을 다 한다는 말이니까. 어떻게 보면 나의 신념이 흔들릴만한 책임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만한 책임을 지고 싶다는 것 자체가 제 의지로 선택한 것일텐데 저는 나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영원을 긍정으로 받아들여요. 다른 사람으로 예를 들었을 땐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미지수인 거죠. 왜냐면 좀 웃기긴 하지만 저는 영원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타인의 영원은 부정에 가까울 정도로 모르겠어요. 주체가 제 스스로일 때 긍정이라는거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영원을 다른 누군가에게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누군가가 영원이라고 말을 해줬을 때 좋을 것 같은데요?
gil : 영원이란 책임을 다 한다는 얘기군요.
kim : 그리고 영원의 반대말은 순간과 찰나라고 볼 수 있잖아요. 저는 애초에 순간과 찰나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현재 저에게 영원은 너무나도 막연한 느낌이에요. 거기에 제가 묶이게 된다면 한없이 의지하며 살 것 같은, 영원이란 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살아가며 찰나를 사랑하겠다. 이런 느낌인 거죠.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는 다르니까.
lee : 어쩌면 우리는 모두 영원이라는 게 엄청난 힘을 지녔고 긍정에 가깝다는 걸 무의식 중에 알고 있기에 기피하는 게 아닐까요? 좋은 것도 너무 좋으면 좋은 게 아닌 거 잖아요. 영원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gil : 하나 더 여쭤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짧게 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영원히 살고 싶으신가요?
lee : 호텔 델루나 아이유처럼요?
gil : 그건 모르겠어요 제가 안 봐가지고..
kim :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가는 걸 혼자 남아서 다 지켜봐야 되는 입장인 거죠.
lee : 아~ 저는 너무 싫어요. 근데 제가 모순적인 게 뭔지 아세요?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장수 프로그램은 진짜 좋아해요.
gil&kim : (웃참)
gil : 영원이라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고 해도 싫으신가요?
lee :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영원히 살고 싶은가.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kim : 끝이 존재하기에 우리의 삶이 더 의미 있는 거 잖아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정말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데 죽음이라는 장치마저 없으면 우리는 애초에 과연 삶을 살아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닐 거 같아요.
lee : 근데 본인만 영원히 사는 건가요 아님 다 같이 영원히 사는 건가요?
gil&kim : 본인만 영원히 사는거죠.
lee : 하.. 쯧..
kim : 근데 저는 영원히 다같이 사는 것도 싫어요.
lee : 아~ 무의미하죠 사실은.
gil : 맞아요. 무의미해 진다는 말이 맞겠네요.
kim : 죽음이 당연히 슬프죠 슬픈데. 저는 장치가 하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살아있음을 느끼죠.
lee : ..저는 건강하게 85세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gil&kim : (웃음)